그렇게 남들 보다는 살갑지 않은 하지만 조금은 나은 듯한 부자지간이라고 자부하는 아버지와 어버이날이라 오랜만에 카톡 통화를 하게 되었다.
손자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니 구구단 빨리 가르쳐라
그러자 문뜩 아버지가 내가 초등학교 때 구구단을 가르치던 때 기억이 났다. 무언가 급히 처리해야 하는 듯, 무언가 매우 중요한 것인 듯 나를 의자에 앉히고 오늘 다 외우지 못하면 큰일 나듯이 주판으로 때리면서 구구단을 외우게 하던 우리 아버지. 그 때 기억이 나서 나는 웃으며
울 아버지는 머가 그리 급해서 구구단 못 외우면 큰 일 나듯이 주판으로 때려가면서 구구단을 가르쳤데유?
나는 아버지와의 기억을 추억하며 던진 얘기에 아버지가 당황하신다. 기억이 잘 안나시는 듯 내가 그랬냐며 적잖이 당황하시며 그 때는 그게 중요해서 그런거라 미안해 하시던 아버지의 말씀
갑자기 미안해 하시는 아버지에 나는 적잖이 당황한다. 주판으로 때렸던 게 폭력이라 미안해 하시는 건가? 내가 꺼낸 얘기가 자신에 대한 원망이라 생각하셨던 걸까? 나에게 안 좋은 기억이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거 같아서 미안해 하셨던 걸까?
먹고 살기 힘들던 80년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하시던 아버지가 구구단 가르치신다고 저녁 먹고 나와 같이 있던 그 도화동 집에서의 에피소드가 40넘은 아들의 몇안되는 소중한 추억이였고, 서로 바쁘기에 많이 남기지 못했던 기억이였고, 바쁘게 지나서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인생의 중요한 추억이였다 얘기 드리고 싶었지만 그냥 웃어 넘기며
아버지에게 머라 한 게 아니라 그런 일이 있었어요.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40년이 지나도.
라고 통화를 마친 오늘.
아버지라는 남자를 만나서 알고 지낸 지가 40년이 넘었다는 생각이. 내가 알고 있던 어떤 남자 보다도 오래된 사람이 아버지라는 사실이. 이제는 꼬맹이인 내가 이제는 또 다른 아버지가 되어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깨달음이 느껴지는 오늘이다.
이 기억이 또 내 아들에게, 내아들의 아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