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현실이 뭔지 아는가? 바로 “어떻게 숙소까지 갈 것인가”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당연히 그랩을 부를 생각을 한다. 한국에서 카카오택시 쓰듯이 말이다. 근데 치앙마이 공항에서는 이게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몇 달 동안 치앙마이에 살면서 공항을 여러 번 이용해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랩을 고집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늦은 밤 그랩의 현실: 기다림의 지옥
밤 10시 이후 비행기로 도착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랩 앱을 켜면 차량이 많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호출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첫 번째 기사가 취소한다. 두 번째도 취소한다. 세 번째는 아예 응답이 없다. 이런 식으로 30분,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택시기사에게 물어봤더니 재미있는 얘기를 해줬다. 공항 직원들이 그랩 차량들을 최대한 잡아내려고 순찰한다는 것이다. 진위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실제로 그랩 기사들이 공항 픽업이 잘 안되는 건 사실이다.
가격 비교: 생각보다 차이 안 난다
그랩 SUV로 올드시티까지 가면 대략 200-250바트 정도 나온다. 공항택시도 비슷하다. 차이가 나봐야 30-50바트 정도다. 한국 돈으로 1-2천원 차이다.
그랩 일반 차량으로 부르면 150-180바트 정도 나오니까 확실히 더 싸긴 하다. 하지만 짐이 많거나 골프백이 있으면 어차피 SUV를 불러야 한다. 그럼 가격 차이가 별로 안 난다.
공항택시는 전부 대형 SUV다. 소형 SUV 아니다. Toyota Fortuner나 Isuzu MU-X 같은 진짜 큰 차들이다. 짐이 아무리 많아도 다 들어간다.

가장 중요한 꿀팁: 파란색 간판만 이용하라. 분홍색 간판은 무조건 피하라
출국 게이트 나와서 왼쪽으로 쭉 가면 공항 끝에 택시 사무실이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나온다. 택시 사무실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분홍색 간판, 하나는 파란색 간판이다. 무조건 파란색 간판으로 가야 한다. 분홍색은 절대 가지 마라.
분홍색 간판의 참혹한 현실
분홍색 간판 택시를 한 번 이용해봤는데 정말 최악이었다. 가격은 똑같았지만 차가 너무 오래됐다. 에어컨도 제대로 안 나오고, 기사도 불친절했다.
가장 화난 건 짐을 안 실어줬다는 점이다. 자기가 실으라고 하더라. 골프백이 얼마나 무거운데 혼자서 실으라고 하니까 어이가 없었다.
차 안도 담배 냄새가 심했고, 운전도 거칠었다. 같은 가격인데 서비스가 이 정도면 두 번 다시 이용하고 싶지 않다.
파란색 간판이 정답이다
파란색 간판에서 예약하면 흰색 대형 SUV가 온다. 차도 깨끗하고 기사도 친절하다. 짐도 당연히 실어준다.
만약 노란색-파란색 투톤 택시가 왔다면 잘못 예약한 거다. 그냥 포기하고 다시 예약하자.
정가제의 안전함
태국의 좋은 점 중 하나가 바가지를 거의 안 씌운다는 것이다. 베트남 가면 흥정 지옥이 펼쳐지는데, 태국은 정말 편하다.
공항택시도 마찬가지다. 올드시티 얼마, 님만해민 얼마, 다 정해져 있다. 흥정할 필요도 없고, 사기 칠 걱정도 없다.
사무실에 가면 가격을 알려 준다. 확인하고 지불하면 된다. 추가 요금도 없다.
언제 뭘 써야 할까?
그랩을 써야 하는 경우:
- 낮 시간대 도착 (오후 2-6시)
- 혼자 여행하고 짐이 별로 없는 경우
- 단기 여행자로 몇십 바트라도 아끼고 싶은 경우
공항택시를 써야 하는 경우:
- 늦은 밤 도착 (밤 10시 이후)
- 짐이 많은 경우
- 골프 여행자
- 장기 체류자
- 확실함을 원하는 경우
실용적인 이용 팁
택시 사무실 찾기 출국 게이트 나와서 안내 데스크에 “Airport taxi”라고 물어보면 방향을 알려준다. 분홍색과 파란색 두 개 있다고 미리 얘기하고 파란색으로 가고 싶다고 하면 정확하게 안내해준다.
예약 과정 파란색 간판 사무실에 가면 직원이 영어를 어느 정도 한다. 목적지를 말하고 가격을 확인한 후 결제하면 된다. 현금만 받으니까 바트를 미리 준비해가야 한다.
대기 시간은 보통 5-15분 정도다. 그랩처럼 무작정 기다리는 일은 없다.
결론: 현실적인 선택을 하자
치앙마이 공항에서는 그랩보다 공항택시가 더 현실적인 선택이다. 특히 늦은 밤 도착, 짐이 많은 경우, 골프 여행, 장기 체류자라면 무조건 공항택시를 추천한다.
몇십 바트 아끼려다가 시간과 스트레스를 낭비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편하게 가는 게 낫다.
단, 꼭 기억하자. 파란색 간판만 이용할 것. 분홍색은 같은 가격에 최악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분홍색 간판이 앞에서 크게 부르더라도 쌩깐다. 그냥 지나가서 파란색 간판으로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