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몇 달째 살다 보니 로띠를 피해갈 수가 없다. 야시장 가면 어디든 로띠 파는 곳이 있고, 번화가 돌아다니다 보면 로띠 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로띠가 맛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기름에 찌든 반죽에 바나나 몇 조각 넣고 설탕 뿌려주는 게 전부였으니까. 야시장 로띠는 기름에 쩔어서 바나나 들어간 부침개 먹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항상 지나쳤다. “굳이?”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이번에 발견한 โรตีเดอะเบสท์는 완전 다른 차원이었다.

이름이 참 곤란한 로띠집

우선 이름부터 얘기해보자. โรตีเดอะเบสท์라고 써있는데, 이게 영어 “Roti the Best”를 태국어로 쓴 것에 불과하다. 근데 영어는 어디에도 안 써놓았다. 참 답답하다.

가게 이름을 영어로 지었는데 간판은 태국어로만 써 놓은 이유는 아무리 유추해도 알 수가 없다. 영어도 좀 써 놓고 구글맵에 등록도 해 놓으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 갈텐데.

구글맵에서도 검색하기 어렵다. “Roti the Best”로 검색하면 안 나오고, 태국어를 복사해서 넣어야 겨우 찾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운영해서 어떻게 장사가 되는지 신기할 정도다.

상점 구글맵 링크를 첨부 한다. 

https://maps.app.goo.gl/XatwqHhxaqf5rVqG8

맛의 충격: 진짜 최고의 로띠였다

이름은 곤란하지만 맛은 정말 이름값을 한다. 지금까지 중에는 이름 그대로 최고의 로띠다.

첫 입에 깜짝 놀랐다. 기름기를 거의 못 느끼겠다. 야시장에서 먹던 그 느끼함이 전혀 없었다. 대신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입안을 감싼다.

반죽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얇게 펴진 반죽이 여러 겹으로 겹쳐져 있는데,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다. 마치 크루아상과 팬케이크의 중간 지점 같은 느낌이다.

내용물도 알차다. 바나나는 적당히 익어서 달콤하지만 흐물거리지 않고, 연유와 설탕의 조화도 과하지 않다. 야시장 로띠처럼 달기만 한 게 아니라 균형이 잡혀있다.

기술력이 다른 로띠 장인

여기 주인을 보고 있으면 진짜 장인이다. 반죽을 늘이는 솜씨부터가 남다르다. 동전만한 반죽 덩어리를 테이블만하게 펴는데, 찢어지지도 않고 두께도 균일하다.

불 조절도 예술이다. 약불에서 천천히 익혀가며 바삭함과 쫄깃함을 동시에 살린다. 야시장에서 보는 급하게 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 기름을 최소한만 쓴다. 그래서 먹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다. 오히려 한 두 개 더 먹고 싶은 기분이 든다.

영어 소통, 전혀 문제없음

주인이 영어를 잘해서 주문하기 어렵지 않았다. 메뉴 설명도 영어로 잘 해주고, 매운 정도나 단맛 조절도 요청할 수 있다.

“Not too sweet, please”라고 하니 바로 알아듣고 설탕을 적게 뿌려줬다. 이런 세심함이 있어서 외국인들도 부담 없이 갈 수 있다.

다른 야시장 로띠집은 보통 태국어만 하거나 영어를 조금만 하는데, 여기는 의사소통이 전혀 문제없다.

위치와 분위기: 찐 로컬의 향기

정확한 주소는 구글맵에서 โรตีเดอะเบสท์로 검색하면 나온다.

분위기는 완전 로컬이다. 관광지 분위기는 전혀 없고,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동네 맛집 느낌이다. 테이블 몇 개 놓인 소규모 가게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에어컨은 없지만 선풍기가 있어서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야외 좌석도 있어서 날씨 좋은 날에는 밖에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격: 합리적인 현지 가격

가격도 합리적이다. 기본 로띠가 30-40바트 정도, 바나나나 초콜릿 등 토핑 추가해도 50바트를 넘지 않는다.

야시장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품질 차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한국 돈으로 2-3천원이면 이 정도 퀄리티는 정말 가성비가 좋다.

양도 적당하다. 한 개 먹으면 간식으로 딱 좋고, 두 개 먹으면 가벼운 식사 대용이 된다.

메뉴 다양성: 선택의 즐거움

메뉴가 생각보다 다양하다. 기본 로띠부터 바나나, 초콜릿, 치즈, 계란 등 다양한 토핑을 선택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바나나 로띠를 추천한다. 바나나의 단맛과 반죽의 고소함이 정말 잘 어울린다. 연유를 적당히 뿌려주면 완벽하다.

달콤한 걸 별로 안 좋아한다면 계란 로띠도 좋다. 짭짤한 맛으로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운영시간과 방문 팁

매일 오후부터 밤까지 운영한다. 정확한 시간은 오후 4시경부터 밤 12시까지다. (날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참고)

저녁 시간에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아와서 대기가 있을 수 있다. 오후 5-6시쯤 가면 비교적 한적하게 먹을 수 있다.

현금만 받으니 바트를 미리 준비해가는 게 좋다.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는 안 된다. 스캔은 당연히 된다.

다른 로띠집과의 차이점

치앙마이에는 정말 많은 로띠집이 있다. 유명한 Roti Pa Day도 있고, 각종 야시장마다 로띠 파는 곳이 있다.

하지만 โรตีเดอะเบสท์만의 특별함이 있다:

기술력: 반죽을 다루는 솜씨가 남다르다. 얇고 고르게 펴는 기술이 정말 뛰어나다.

기름 사용량: 최소한의 기름만 사용해서 느끼하지 않다. 이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재료 품질: 바나나나 다른 재료들이 신선하다. 싸구려 재료 쓰는 느낌이 전혀 없다.

일관성: 언제 가도 맛이 일정하다. 어떤 야시장 로띠는 날마다 맛이 다른데, 여기는 항상 같은 퀄리티다.

아쉬운 점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간판 문제: 영어 표기가 없어서 외국인들이 찾기 어렵다. 정말 아까운 일이다.

주차: 근처에 주차할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오토바이로 가는 게 편하다.

좌석: 테이블이 많지 않아서 피크 시간에는 대기해야 할 수 있다.

현지인들의 인증

이 가게의 진가는 현지인들이 인정한다는 점이다. 갈 때마다 태국 사람들이 먼저 와서 먹고 있다.

관광지 근처의 로띠집들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만 오는데, 여기는 현지인 비율이 훨씬 높다. 이게 맛집의 진짜 증거다.

더욱이 현지인들이 포장해서 집에 가져가는 경우도 많이 봤다. 집에서 먹을 만큼 맛있다는 뜻이다.

나의 로띠 인식 변화

이 집을 다녀온 후 로띠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나갈 일 있으면 매번 들러 한 두 개씩 사갈 것 같은 맛이었다.

예전에는 “로띠는 그냥 기름진 간식”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제대로 만든 로띠는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를 깨달았다.

특히 기름기가 적어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먹고 나서도 속이 편하고, 다음날에도 또 먹고 싶다.

방문 추천 시간대

오후 4-5시: 가장 한적한 시간. 천천히 먹기 좋다.

저녁 6-7시: 현지인들이 많이 오는 시간. 활기찬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밤 8-9시: 저녁 식사 후 디저트로 먹기 좋은 시간.

주말: 평일보다 조금 더 붐빈다. 시간 여유를 두고 가는 게 좋다.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

  1. 바나나 로띠 + 연유: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맛있다
  2. 초콜릿 바나나 로띠: 달콤함의 완성체
  3. 계란 로띠: 짭짤한 맛을 원한다면
  4. 플레인 로띠: 반죽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결론: 치앙마이에서 꼭 가봐야 할 숨은 맛집

โรตีเดอะเบสท์는 이름은 곤란하지만 맛은 정말 최고다. 로띠를 좋아하지 않던 나도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 곳이다.

치앙마이에는 유명한 로띠집들이 많지만, 정말 맛만으로 승부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곳은 화려한 마케팅이나 관광지 위치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맛과 기술력으로만 승부한다.

로띠가 뭔지 모르던 사람도, 로띠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한 번 먹어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다음에 치앙마이 오면 꼭 들러보라. 그냥 로띠가 아니라 “진짜 로띠”가 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름에 찌든 바나나 부침개가 아니라, 정성과 기술이 들어간 진짜 음식을 만날 수 있다.

단, 구글맵에서 검색할 때는 꼭 태국어 โรตีเดอะเบสท์로 검색하시길. 영어로는 절대 안 나온다. 이것만 주의하면 치앙마이 최고의 로띠를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치앙마이에서 먹은 로띠 중에서는 단연 최고였다. 이름값 하는 맛집이다. 🥞✨


구글맵: https://maps.app.goo.gl/XatwqHhxaqf5rVqG8
운영시간: 오후 4시경 ~ 밤 12시경 
가격대: 40-50바트 (1,500-2,500원)
추천도: ⭐⭐⭐⭐⭐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