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 온 지도 어느덧 반년이 훌쩍 지났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들 학비가 한국보다 저렴하다는 계산이 가장 크게 작용했는데, 막상 와서 살아보니 그것만이 장점은 아니었다. 사실 학비와 생활비 이야기는 너무 뻔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부분이라 오늘은 조금 더 소소하지만 진짜 매일매일 몸으로 느끼는 장점들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1. 기후 – 밤마다 찾아오는 선선한 바람
치앙마이에 오기 전까지는 “태국 = 덥다”라는 공식만 머릿속에 있었다. 물론 낮에는 여전히 덥다. 한낮에 35도를 넘는 날도 많다. 그런데 의외였던 건 밤의 시원함이다.
밤이 되면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이 한여름의 열기를 싹 가셔 간다. 물론 가끔은 밤에도 28도 넘게 덥게 느껴지는 날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창문 활짝 열어두고 선풍기만 켜면 충분히 시원하다. 새벽에 일어나면 공기는 더욱 선선해진다. 한국의 가을 아침 정도 되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에어컨을 매일 틀어야 할 줄 알았는데, 막상 살아보니 밤마다 에어컨을 끌 일이 많아졌다. 자연 바람이 만들어 주는 그 상쾌함은 인공 냉방과는 비교할 수 없다. 몸이 훨씬 편안해지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컨디션이 다르다.
2. 자연 – 논밭과 숲, 그리고 리프레시 되는 일상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치앙마이의 번화가인 님만해민이나 올드시티가 아니다. 항동(Hang Dong)이라는 지역이다. 이곳은 조금만 걸어나가도 논밭이 펼쳐져 있고, 도로 옆에도 나무가 가득하다. 한마디로 자연이 생활 속에 녹아 있다는 표현이 딱 맞는다.
시내 쇼핑센터에 갈 때도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 그 길 자체가 여행길 같다.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논과 산, 그리고 가끔씩 보이는 소박한 집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꼭 어디 멀리 떠나지 않아도 이미 여행 중인 듯한 기분을 준다.
굳이 특별한 액티비티를 하지 않아도 그냥 일상 자체가 자연과 함께라는 점, 이것이 치앙마이의 큰 매력이다. 한국에서 도시 아파트 숲 속에 갇혀 살던 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삶이다.
3. 널널함 – 사람에 치이지 않는 여유
치앙마이는 태국 제2의 도시다. 인구도 많고, 관광객도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에 치이는 경험은 거의 없다.
대형 쇼핑몰이나 할인 매장에 가야 그나마 북적이는 정도지, 평소에는 어디를 가든 조용하다. 한국에서 주말마다 어디를 가도 북적북적 사람에 치여 힘들었던 기억과 비교하면, 여기서는 삶의 밀도가 확 낮아진다.
도로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식당에 가도 줄을 길게 서는 일이 드물다. 아이들 데리고 나가도 ‘혹시 분실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덜하다. 공간이 주는 여유가 마음의 여유로 이어진다.
4. 영어 – 의외로 잘 통한다
솔직히 동남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영어가 안 통해서 답답하다”는 경험을 많이 했다. 베트남이나 발리에서는 음식 주문조차 힘들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치앙마이는 달랐다.
어떤 가게에 가도 꼭 한두 명은 영어를 한다. 만약 담당 직원이 영어를 못하면, 옆에서 영어 가능한 직원을 데리고 와서 대신 설명해 준다. 호텔이나 카페뿐만 아니라 로컬 음식점에서도 비슷하다. 덕분에 음식 주문이나 간단한 대화는 큰 문제가 없다.
이건 생활 만족도에 큰 차이를 준다. 작은 의사소통 하나가 하루 컨디션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5. 균형 – 시골 같으면서도 도시의 편리함
치앙마이는 참 묘한 매력을 가진 도시다. 항동 같은 곳은 정말 시골스럽다. 논밭과 숲, 닭 울음소리, 밤마다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까지. 그런데 막상 생활하다 보면 필요한 모든 게 다 있다.
대형 쇼핑센터, 마트, 병원, 국제학교, 카페… 정말 없는 게 없다. 한국처럼 모든 게 5분 거리 안에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차로 10~20분이면 웬만한 건 다 해결된다.
무엇보다 좋은 건 시골과 도시의 발란스가 절묘하게 맞아 있다는 점이다. 너무 시골스럽기만 하면 생활이 불편해지고, 반대로 너무 도시적이면 오히려 복잡하고 정신이 없는데, 치앙마이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이상적인 균형을 유지한다. 덕분에 생활 자체가 편안하다.
6. 덤 – 마음이 가벼워진다
위의 다섯 가지 장점 외에도 설명하기 애매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장점이 있다. 바로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점이다.
매일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한국과 달리, 여기서는 하루가 느리게 흐른다. 주변 풍경도 여유롭고, 사람들도 급하지 않다. 누군가 줄을 서 있다가도 서로 양보하고 웃는다. 작은 일에 짜증내지 않는다.
이 분위기 속에서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불필요한 경쟁심이나 조급함이 줄어든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환경은 분명 좋은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한다.
마무리
치앙마이에 살면서 가장 큰 장점은 ‘학비와 생활비 절감’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소소한 부분들이 마음에 남는다. 밤마다 시원한 바람,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 사람에 치이지 않는 여유, 의외로 잘 통하는 영어, 시골 같으면서도 도시적인 균형… 이 모든 것들이 모여서 **‘살기 좋은 도시’**라는 확신을 준다.
앞으로 또 다른 장점들이 눈에 들어오겠지만, 지금까지 반년 동안의 경험을 정리하자면 딱 이렇다. 치앙마이는 단순히 저렴해서 좋은 도시가 아니라,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도시다.